사는 이야기

밀양 송전탑과 몰염치

Chuisong 2013. 12. 4. 20:10

 

  어릴 적 초등학교 교사이던 어머니를 대신하여 외할머니가 우리 형제를 종종 돌보아 주었다. 일반적으로 할머니라면 인자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만 우리 외할머니는 굉장히 엄격하였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외할머니가 어린 손자에게까지 '염치'를 유달리 강조한 것이 기억에 남아서일 거다. 예를 들어, 손님이 와서 귀엽다고 돈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럴 때에도 우리는 손님이 가고 난 뒤 외할머니의 한 바탕 호통을 들여야 했으니, '염치 없게 돈 준다고 넙죽 받는다'는 것이었다. 외할머니는 내가 고등학교 들어간 해인 1980년에 돌아가셨으니 이제 어언 35년이 되어간다. 내가 어떤 인간인지 자평하기는 어렵지만, 엄격한 외할머니 덕분에 '적어도 염치는 있다'는 자신감은 항상 가슴에 지니고 산다.  

 

  내가 사는 경산에서 밀양이 그리 멀지 않은데, 그곳에서 연일 들려오는 소리는 가슴 아프다. 칠순이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지금 8년째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다녀 간 희망버스가 그들에게 큰 힘을 주어 반가왔지만. 버스가 떠날 때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 눈물을 보였다는 기사를 읽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오늘 한 편의 동영상을 보고 분노와 함께 자괴감을 느낀다. 밀양에 건립되는 송전탑은 결국 도시민의 편의를 위한 것인데, 그리고 그 도시의 한 켠에 붙어사는 나도 그 편의를 받는 사람인데, 과연 나는 밀양을 위해 무엇을 하였던가?  나는 과연 '염치'있는 사람인가?

 

  링크된 동영상은 밀양을 통해 원전 등 국내 전력시스템의 전반적인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mov_pg.aspx#ME000070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