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isong 2016. 4. 12. 12:10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목전이다. 길거리에는 구호가 넘치지만, 귀담아 들을만한 이야기는 드물다. 여야를 막론하고 생계형정치인이 넘친다. 서민과 국가경제를 외치지만 실상은 자기직장 지키기에 불과하다. 겉으로만 본다면 해직위기의 노동자가 벌이는 시위와 유사하다. 노동자의 경우야 부당한 해직을 알리려는 목적이라도 있지만, 이거는 영 꼴 사나운 직장지키기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저성과자'인 자기들을 한번 용서해 달라고 단체로 무릎을 꿇기도 한다. '서민'에게 무릎꿇어 직장으로 복귀하면, 서민에게 받은 용서를 '쉬운 해고'로 갚지 않을까 걱정이다.  

 

     직장지키기이다 보니 신념은 뒷전이다. 아니 애초에 신념이 있었는지도 의문스럽다. 당선 가능성을 우선해서 행동하고, 뒤이어 그것을 합리화시킨다. 당적을 옮기는 것이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쉽다. 자연히 억지논리가 판을 치고 우기기가 성행한다. 종종 없는 말을 지어내고, 언론의 도움으로 퍼뜨리면서 서민들을 우롱한다. 그 행태가 노인들을 꼬드겨 약을 파는 사기꾼들과 같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 자기를 도와 달라고, 국민을 위해서 일할 기회를 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정치가는 일관된 신념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신념이 우선이고, 다음이 우직한 마음이다. 미국의 대선후보 샌더스가 지지를 받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한다. 젊은 시절에 그는 확고한 신념을 가졌고, 40년에 가까운 정치 인생을 그 신념을 저버리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우리 정치무대에는 신념도 우직한 마음도 없는 사람들이 표준형이다. 

 

   이러니 투표할 마음을 먹는 것이 쉽지 않다. 젊은이들을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하여야 한다. 투표를 해야 최악의 정치인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투표하지 않으면 내일 우리는 더 엉망인 정치인을 보게 될 것이다.    

 

    <꼬막>


벌교 중학교 동창생 광석이가
꼬막 한 말을 부쳐왔다

꼬막을 삶는 일은 엄숙한 일
이 섬세한 남도의 살림 성사(聖事)는
타지 처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모처럼 팔을 걷고 옛 기억을 살리며
싸목싸목 참꼬막을 삶는다

둥근 상에 수북이 삶은 꼬막을 두고
어여 모여 꼬막을 까먹는다

이 또롱또롱하고 짭조름하고 졸깃거리는 맛
나가 한겨울에 이걸 못 묵으면 몸살헌다

친구야 고맙다
나는 겨울이면 니가 젤 좋아부러
감사전화를 했더니
찬바람 부는 갯벌 바닷가에서
광석이 목소리가 긴 뻘 그림자다

우리 벌교 꼬막도 예전 같지 않다야
수확량이 솔찬히 줄어부렀어야
아니 아니 갯벌이 오염돼서만이 아니고
긍께 그 머시냐 태풍 때문이 아니것냐
요 몇 년 동안 우리 여자만에 말이시
태풍이 안 오셨다는 거 아니여

큰 태풍이 읍써서 바다와 갯벌이
한번 시원히 뒤집히지 않응께 말이여
꼬막들이 영 시원찬다야

근디 자넨 좀 어쩌께 지냉가
자네가 감옥 안 가고 몸 성한께 좋긴 하네만
이놈의 시대가 말이여, 너무 오래 태풍이 읍써어
정권 왔다니 갔다니 깔짝대는 거 말고 말여
썩은 것들 한번 깨끗이 갈아엎는 태풍이 읍써어

어이 친구, 자네 죽었능가 살았능가

 

- 박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