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경제

경제학과 행복

Chuisong 2015. 3. 26. 08:33

   늦은 밤 카톡이 왔다. 대학과 직장, 그리고 유학한 학교의 후배이며 지금은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는 김OO 박사였다. "OOO 에서 자료를 구해야 하는데 외부에는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는 통에 연구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많은 학문이 그렇지만 경제학에서도 자료를 구하지 못할 경우 연구의 진척이 어렵다. 이제 갓 대학에 자리를 잡은 그로서는 왕성하게 연구활동을 하여야 할 형편인데 자료가 여의치 않으니 답답하기도 할 노릇이다. 머나먼 이국에서 외국인들 틈에 끼어 홀로 강의하고 연구하고 있으니 얼마나 힘이 들까. 마음이 아려 온다.

 

  다행히도 친분이 있는 소장 실력파 학자들과 다른 주제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공동 연구자인 소장 학자들 역시 학문의 메이저리그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엄혹한 현장에서 고생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테뉴어가 엄격하여 상위 50 개 정도의 연구중심 대학에서 테뉴어를 받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공동연구자 중 한명인 여성 소장 학자 역시 테뉴어 획득의 어려움으로 8년 여 몸담았던 학교를 떠나 지금 다른 학교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중이다. 해당 학교의 싸이트를 방문하여 그 교수의 홈피를 클릭하니 핏기 없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이 덩그렇게 걸려있다. 무엇이 그녀를 국내 유명대학의 영입제의도 거부하고 멀고도 험한 이국 땅에서 삭막한 경제학에 매진하게 하는 것일까? 

 

   먼 카자흐스탄에서, 바다 건너 미국에서 각자가 품은 이상을 경제학을 통해 실현시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학자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얼마 전 동료교수의 소개로 읽은,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 우자와 히로후미의 책 제목이 떠오른다.『경제학이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경제학이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경제학자는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행복할까? 후배 경제학자들을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