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투명한 사회

Chuisong 2015. 6. 9. 00:31

      

    언젠가 스웨덴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그 사회의 투명함이 무척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들은 정치지도자의 스케쥴과 자금 사용 내역은 물론,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과 심지어 사기업의 의사결정 내역까지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었다. 정부가 자발적인 정보공개를 꺼리고, 공개 청구를 받더라도 이런저런 핑계로 넘어가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우리 사회를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1  

  

   지금 우리는 메르스(MERS)로 한 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초기에 적절히 대응했더라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일이 무능력한 대응으로 재앙이 되고 말았는데, 그 부적절한 대응의 핵심이 바로 정보공개 여부였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시 스웨덴의 투명성이 떠올랐고, 우리 정부와 (대형)병원의 행태에 낙담하였다.    

 

   처음에 정부는 정보공개가 오히려 혼란을 초래한다며 관련 정보를 비밀에 부쳤다. 그런데, 주주(소유주)가 경영자에게 경영을 위임한 기업에서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대부분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이다.2 국가 역시 주인인 국민이 정부에게 경영을 위임한 조직이라고 한다면, 정부가 국민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를 겪은 이 정부 하에서는 말이다. 보건복지부를 위시한 정부는 과연 무슨 이익을 추구하려고 했을까. 정보 공개로 자기들의 무능함이 탄로나서 결국 자리를 잃을 것이 두려웠던 것일까, 아니면 (대형)병원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했던 것일까. 3 비관적이지만, 정부는 정말 국민의 혼란이 우려스러웠던 것일까?4

 

  정보공개 과정에서 (대형)병원 역시 불투명한 행태를 보이며 사태의 악화에 일조하였다. "저희 병원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수 발생했습니다. 신속한 정보의 공개로 다른 환자나 외부에 끼칠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니, 환자들은 다소 불안하시더라도 저희들을 믿고 요구사항에 성실히 응해주시기를 당부합니다. 저희들은 메르스 환자의 진료를 위해 모든 성의를 다할 것입니다." 이렇게 고백하면 병원의 수익이 줄어들고 명예가 먹칠된다고 생각했을까. 병원은 이러한 헌신적인 행위가 국민에게 감동을 주어 오히려 장기적인 수익증가로 연결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것이 무엇인지 특정하기는 어려워도, 사회의 각 분야가 제각기 사사로운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느라 나라 전체가 혼탁해진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혼탁하기 그지없는 우리 사회가 투명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5 그냥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6       

  1. 우리는 대통령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 행적이 국가기밀인 나라이다. 국방부, 국정원 등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업무를 하거나 불법을 저지르고도 국가기밀이라고 비밀에 부치기 일쑤며, 다른 정부부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사기업의 경우는 논의의 대상 조차 되지 못한다. [본문으로]

  2. 이를 경제학에서는 대리인문제(agency problem)라고 한다. 경영자는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주주의 이익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쓸데없이 크고 호화로운 집무실, 출장비의 낭비 등이 그 사례다. [본문으로]

  3. 현재 정부는, 뒤늦은 공개에 대한 사과는 커녕 정보공개를 애초에 의도했고, 그것이 서울시의 공개 결정보다 빠른 시점이었다고 우긴다. 속내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투명한 정부의 행태에 머리가 어지럽다. [본문으로]

  4. 설사 이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들의 사태파악 능력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국민이 정보공개를 요구한다는 여론조사가 이미 발표된 뒤였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5. 지금 청문회장에서는 병역과 납세의 의무를 위반한, 의문 투성이의 총리 후보자가 혼신의 힘을 다해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본문으로]

  6. 스웨덴은 이런 사익추구 행위를 어떻게 구축(crowd out)할 수 있었는지 탐구해 볼 일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