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지 5년이 되었다. 제법 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우리는 세월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왜 사고가 발생했는지, 왜 구출하지 않았는지 어느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럴듯한 추측은 무성하지만 공식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았으니 대부분 음모론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에야 세월호 조사위가 기자회견을 통해 세월호 내 CCTV가 조작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사고 직후 밝혀졌어야 할 내용이 5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비로소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 참담하기 그지없다.1
지난 4일 강원도 고성과 속초지방에 큰 산불이 발생하였다. 밤 시간에 시작된 산불인데다 강풍으로 불의 이동 속도가 매우 빨랐기 때문에 크게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국의 소방차가 동원되는 총력전 끝에 불길은 거짓말같이 하루만에 잡혔다. 5년전 이맘 때 진도 앞바다에 큰 배가 기울어 있었지만, 육지에 인접한 잔잔한 바다인데다 TV 중계까지 되는 상황이라 이를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 경미한 사고가 5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아니 대한민국 역사가 지속되는 한 잊혀지지 않을 대형사고가 되고 말았다. 권력의 정점에 있던 사람이 총력적인 구조 지시만 내렸어도, 승객들은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왔을 것이고 2019년의 봄을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 산불이 난 그날 문대통령의 '가용자원을 총 동원해서 진압하라'는 지극히 당연한 한 마디가 내 가슴을 유난히 후비는 이유이다.
2014년 이즈음, 단원고의 아이들은 벚꽃엔딩을 부르며 찍은 동영상을 남기고 떠나갔다. 올해는 그 때보다 약 일주일 정도 빨리 벚꽃이 핀 것같다. 지난 주 출근길에 눈꽃처럼 휘날리는 벚꽃잎을 바라보며 문득 쓸쓸함을 느꼈다. 벚꽃 필 때 기억하리라던 아이들과의 약속이 점점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떠나간 이들에 대한 기억을 놓아버리는 것은 자연도 인간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언젠가 우리도 세상을 떠난다. 그 날, 그래도 여기가 살만한 곳이었다고 위안받으려면 억울하게 먼저 떠난 이들에 대한 기억을 멈추면 안 될 것같다. 억울한 상황이 우리만 비켜 지나갈 리 없기 때문이다.
- 상황이 이러한데도 세월호가 지겹다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먹고 살기가 만만치 않아서 그런 말을 한 것이리라고 이해는 하지만 제발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입을 열지는 말아 주었으면 한다. 아무려면 세월호 유족보다 더 살기가 힘들었을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