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68

지역차별

선거가 끝나자 마자 일부 언론이 이번 선거에서 지역주의가 더 악화되었다는 논조의 기사를 내 보내고 있다. 그 근거는 영남과 호남의 투표 결과였다. 당선자 숫자로만 보면 이 말은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구경북의 경우 미통당이 전 지역에서 당선되었고, 부울경에서도 민주당의 당선지역이 20대 총선에 비해 줄어들었다. 광주 전남북에서는 1석만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이 당선되었다. 그러나 잠깐만 시간을 들이면 이 기사가 의도적인 왜곡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당선자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민주당의 총득표율은 이 지역에서 오히려 직전 총선에 비해 상승하였다. 대구경북만 보더라도 전 지역에 후보를 내고, 득표율도 2016년보다 상승하였다. 호남에서 민주당이 선전한 것은 지역차별이라기보다 호남 유권자들의 ..

사는 이야기 2020.04.25

세월호 6주기

세월이 야속하다. 해가 갈수록 가슴이 더 아린다. 워낙 역동적인 한국 사회라 사람들의 관심이 한 사건에만 머물 수 없음이 안타깝다. 이번에도 총선이 세월호 6주기와 겹쳤다. 개표가 더디게 진행 중인 데가 있어 16일 아침에도 사람들은 총선 분위기를 떨치기 어려웠다. 6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사고에 대해서 제대로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는 일인데, 이번 여권의 압승으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의 기대감을 가지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희생자 모두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전한다. 세월호가 지겹다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대표적으로 이번에 수성을에서 당선된 홍준표는 여전히 세월호는 해상 교통사고에 불과한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나쁘다는 의견..

사는 이야기 2020.04.19

태영호의 국회 입성을 바라보는 착잡한 심정

태영호는 전 북한의 권력층이자 외교관이다. 북한에서 권세를 누렸고 외교관으로 외국을 돌면서 편안한 인생을 살았다.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주영 외교관이던 시절 대한민국으로 망명하였다. 당시 국정원의 기획이라는 소문, 태영호가 북한에서 자금횡령 및 미성년 상습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라는 소문이 무성하였다. 권력층이 망명을 신청할 경우 이러한 소문이 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민초의 탈북은 살기가 어려워서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지만, 권력층은 아무리 허탈한 나라에서라도 범죄를 저지른 경우 외에 탈출할 이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소문이 사실인지 여부는 일단 제쳐두기로 하자. 태영호는 탈북 이후 약 4년 동안, 반북 활동을 하면서 생활해 왔다. 이런 태도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목표로 하는 여..

사는 이야기 2020.04.18

영화 '1987'과 2007년

지난 금요일 롯데씨네마 율하에서 영화 '1987'을 보았다. 1987년 1월 14일 박종철의 사망에서 그해 6월 9일 이한열의 사망까지를 묘사한,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현대사 영화이다. 1987년 1월은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때였는데,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당시를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보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애써 삼켜야 했다. 그러다가 결국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고, 엔딩크레딧이 오를 때는 어깨까지 들썩이며 울고 말았다.1 그저께 문대통령이 영화를 관람한 뒤 관객과의 대화에서, "1987년은 연희(김태리 분)의 대사 '이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에 대답을 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였다..

사는 이야기 2018.01.16

세월호 3주기, 부활절

지난 16일은 세월호 3주기이자 부활절이었다. 그날 아침 11시 부활절 미사에 참석하였다. 미사가 끝날 즈음에 영성체를 하는데 평소와는 달리 이 장면을 사진에 담는 사람이 있었다. 서서 순서를 기다리며 쳐다 보는데 그의 상의 왼쪽에 노란색 세월호리본이 눈에 띄었다. 갑자기 뭉클한 느낌이 들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복합적인 감정이었다. 리본을 보는 순간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세월호 희생자들, 그리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승객들 생각이 났다. 그 다음 순간, 그 긴장감 속에서도 굳이 세월호 학생을 공개 추모하여야 겠다는 생각을 한 그 사람의 진실됨이 왠지 아팠다. 그 긴장감은 부활미사의 장소가 경산 사동성당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경산이 어떤 곳인가. 경산은 2016년 두 가지의 치욕스러운 기록을 ..

사는 이야기 2017.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