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는 전 북한의 권력층이자 외교관이다. 북한에서 권세를 누렸고 외교관으로 외국을 돌면서 편안한 인생을 살았다.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주영 외교관이던 시절 대한민국으로 망명하였다. 당시 국정원의 기획이라는 소문, 태영호가 북한에서 자금횡령 및 미성년 상습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라는 소문이 무성하였다. 권력층이 망명을 신청할 경우 이러한 소문이 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민초의 탈북은 살기가 어려워서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지만, 권력층은 아무리 허탈한 나라에서라도 범죄를 저지른 경우 외에 탈출할 이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소문이 사실인지 여부는 일단 제쳐두기로 하자. 태영호는 탈북 이후 약 4년 동안, 반북 활동을 하면서 생활해 왔다. 이런 태도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목표로 하는 여당과는 잘 맞지 않아서인지 활동무대는 주로 보수세력의 영역과 겹쳤다. 이번 총선에서 미통당 소속으로 강남에 전략공천을 받았고 결국 당선되었다.
문재인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40% 이상의 국민의 지지를 얻은 일국의 수반이다. 그 부모는 한국전쟁 당시 공무원 신분을 버리고 흥남에서 철수하는 배에 의지하여 북한을 탈출하였다. 지금 말로 하자면 문재인의 부모는 일종의 탈북자인 셈이다. 그들은 한반도 남쪽 끝 부산에 자리를 잡았고 문재인을 낳았다. 문재인은 가난한 탈북자의 거처인 거제도에서 자랐고, 지금도 부산말을 쓴다. 남한의 한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였고, 독재정부에 항거하는 학생운동에 몸담았다. 훈련이 고된 공수부대에서 훌륭한 기록으로 병역을 마쳤다. 국가공무원 채용시험인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하였다. 민주화운동 경력 때문에 원하던 판사가 되지는 못하였지만, 대형법률회사에서는 그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였다. 제안을 뿌리치고 고향 부산에 둥지를 틀고 가난한 노동자를 위한 인권변호에 헌신하였다. 절친이자 선배인 노무현의 권유로 청와대에 들어가서 민정수석, 비서실장을 역임하였다. 노무현의 서거 이후 정치권을 떠났다가, 시민의 요청으로 의무감 때문에 정치에 복귀하였다. 대통령 선거에서 한 번 패배하고, 절치부심 끝에 재도전하여 마침내 대통령이 되었다. 코로나 19가 발생하자, 방역을 성공적으로 지휘하여 세계에서 주목을 받는 지도자로 부상하였다.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내가 마음이 착잡한 이유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여전히 또아리 틀고 있는 그 놈의 빨갱이 프레임 때문이다.1 비록 휴전 중이지만 사실상 전쟁이 끝난지 무려 7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도 빨갱이 프레임은 여전히 유령처럼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고, 실제로 그 효과도 막강하다. 이 프레임이 완전히 없어지려면 남북 간에 항구적인 평화 무드가 정착되거나 통일이 되어야 한다. 요원한 일이다. 아니면, 계몽을 통해 달성될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매우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전쟁을 직접 겪은 인구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데도 가짜뉴스에 현혹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태영호를 당선시킨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50년을 북한에서 호의호식했고 탈북한 지 고작 4년인 태영호는 빨갱이가 아니라고 하면서, 탈북 67년, 공수부대 출신 현직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을 빨갱이라고 하는 그 논리는 도대체 무엇인가? 곧 공산화 될 것 같은 상황에서 당신들은 왜 그렇게 재산에 집착하는가, 그것도 휴전선과 멀지 않은 서울에서? 당신들은 그 전향한 빨갱이가 도대체 대한민국 국회에서 당신들을 위해 혹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기적이거나, 좀비스럽거나, 어떤 유형이든 이런 사람들이 많은 세상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발전은 커녕 과거로 회귀할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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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이준구 선생님을 뵈었을 때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었다. 교육 수준이 높고 부유한 층에 속하는 선생님의 주변에 '문재인이 빨갱이라서 북한에 퍼주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문재인 빨갱이 프레임은 저소득층 낮은 학력의 사람에게나 먹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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