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상식있는 다수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Chuisong 2019. 5. 26. 23:04



  교내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벽에 걸린 TV화면의 톨스토이 어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말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세상을 바꾸겠다고 하지만 아무도 자기를 변화시키지 않는다." 대문호의 말이라서 그런지 마음에 와 닿았지만, 이 말이 사실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개개인이 변하면 세상은 변하게 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인 것이다. 밥을 먹으면서 계속 이 말이 곱씹혔다. 최근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분개하는 날이 많은데 가만히 생각하면 나 스스로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한 적은 거의 없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나는 변화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언제나 변화의 주체이지 객체가 아니라는 오만이 나를 꽁꽁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톨스토이의 어구는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 세상의 변화를 이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세상을 변화시키기는 커녕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기도 힘든 사람이 많다. 주목받는 소수에 속하지만 다수의 의향을 파악 조차 못하고 오히려 엉망진창인 삶의 모습으로 다수의 분노를 치밀게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런 모습에 사람들은 분개하고 절망한다. 그런데 이 와중에 평범한 다수가 세상을 한 단계 변화시키는 행동을 깜짝 해낸다. 특별히 기록되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세상의 수많은 변화는 이렇게 해서 이루어졌고 그것이 사회를 한발씩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최근 정치인들이 자기가 세상을 이끄는 주체인 양 착각하는 행동을 다투어 하고 있다. 온갖 막말을 쏟아내면서 주목을 받는 것 같지만, 이들은 사실 수십여 년의 삶 동안 중요한 것들을 나씩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팔, 다리가 고장나서 지팡이를 짚는 상황과 비슷한데 이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유독 정치인만 그런 것도 아니다. 기득권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피폐함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이들이 역사의 바퀴를 앞으로 굴릴 역량를 가지고 있다고 믿기 매우 힘든 부분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세상의 변화는 상식을 포기하지 않는 다수가 해 나간다. 그리고 그 상식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깃들어 있다. 나는 이 노력이 바로 톨스토이가 말한 자기를 변화시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더 높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작은 상식을 지키는 것이 바로 변화의 핵심이다. 우리는 세상을 더날 때까지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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