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U-20 월드컵 결승 진출!

Chuisong 2019. 6. 12. 18:05



 우리나라가 20세 이하 월드컵(U-20)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하였다. 우리 시간으로 새벽에 경기가 있었기 때문에 TV를 시청하지 못하였는데,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니 에쿠아도르를 1대 0으로 이겼다는 반가운 소식이 인터넷에 떠 있었다. 별 다른 재미거리가 없는 요즘 이런 소식을 들으면 하루의 시작이 매우 유쾌하다. 이강인 등 U-20의 선수들이 매우 훌륭하지만 이 정도로 잘 할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오니 더 신나는 것 같다. 


  U-20월드컵은 이전에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로 불렸다. 1983년 우리나라는 이 대회에서 최초로 4강에 올랐다. 그 이후 그 기록을 깨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4강을 넘어 결승에 진출하였으니 36년만에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다. 당시 대학 신입생이던 나는 기숙사 한켠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친구들과 TV로 그 경기를 시청하였다. 기숙사의 TV는 당시 막 판매되기 시작한 매우 조악한 컬러TV였고, 그나마 한대였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은 광활한 공터에서 팬들이 같이 축구를 시청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지만, 그 때는 제한된 시설 덕분에 어쩔 수 없이 우루루 몰려서 시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 화면을 쳐다볼 정도의 공간만 확보한채 서서 경기를 시청하던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경기 내내 교차되던 열광과 우려의 함성, 긴장감에 저절로 꽉 쥐어지던 손 바닥에 맺힌 땀방울이 새로새록 떠 오른다. 앳된 얼굴에 과티를 입은 그날의 내 모습까지. 시간이 많이 흘렀고 모습이 변했지만, 단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은 그날의 기쁨과 오늘 아침의 기쁨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 마음은 여전히 청춘이란 말인가? ㅎㅎ     


 결승은 6월 16일 일요일 새벽 1시이니 반드시 시청할 생각이다. 결승 경기 후 전체 경기에 대한 소감을 올리려고 했는데 오늘 너무 기뻐 서둘러 기록을 남긴다. 어린 우리 선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면 가끔 뭉클해지기도 한다. 경기가 전체적으로 재미있지만, 무엇보다도 보기 드문 축구재능을 타고난 이강인의 움직임을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아직 18세 어린 나이여서 앞으로 십여년은 그를 보면서 즐거울 생각을 하니 갑자기 인생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 드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