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시간보다 훨씬 길게 느껴졌던 탄핵 과정에서 든 생각들이다.
첫째, 웬만해서는 대통령이 탄핵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박최게이트는 문명국가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일이어서 헌법위반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5개의 소추사유 중 하나를 제외한 4개에 대해 결정문을 낭독하는 22분의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긴장하였는지 모른다. 처음 3개의 사유는 결국 탄핵사유를 구성하지 못한다고 하였는데, 일반인의 견해와 법리는 역시 큰 격차를 보이는 것 같았다. 이러한 법 체계의 보수성 하에서 탄핵사유가 구성되려면 정말 엄청난 죄가 아니면 안되는 것 같았다. 특히 세월호 사건이 탄핵사유가 안 된다는 것을 납득하기 쉽지 않았다.
둘째, 박근혜는 공감능력을 결여한 변종이며 사악하다. 극단적인 이기심을 소유하고 있다. 박에게는 자기 말고는 다른 생명이 없다. 세월호가 물에 잠긴 뒤에도 머리를 단장하는 태연함을 보였다. 탄핵 당일 시위 중 사망한 노인 3명에 대해 조의를 표명한 적이 없다. 삼성동 자기 집 주위에서 지지자들이 소란을 피워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청와대에서 키우던 진도개의 앞날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다. 자기는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금방 탄로날 거짓말을 스스럼 없이 한다.
셋째, 욕심에 눈 먼 정치인들의 파렴치한 행태를 보았다. 한국당의 강성 친박의원들(김진태, 윤상현, 김문수, 조원진 등)은 박근혜만큼 아둔한 인간들은 아니다. 그런데 자기의 자리가 위협을 당하자 스스로를 속이고 국민들에게 가짜를 전파하고 있다. 특히 김문수를 보면 측은한 생각이 들 정도이다. 저렇게까지 해서 무엇을 얻을려고 하는건지.... 기회주의적인 윤상현이 향후 어떠한 행태를 보일지도 매우 궁금한 부분이다. 이익에 극도로 예민한 자가 인간적으로 박을 사랑해서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진태는 대선출마를 통해 이미 저의를 드러냈다.
넷째, 각계의 리더로 행세하는 수준 낮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데 놀랐다. 그들은 언론, 종교, 사법부, 검찰, 학교 등 각지에 흩어져 있다. 초등학교 수준의 낮은 인식과 말장난으로 가득한 싸이트인 일베에서 이들이 정보를 구한다는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들이 민주정부 10년을 어떻게 견뎠을까를 생각하면 동정이 간다. 그들은 정말 일베를 믿을까, 지금도 사실 궁금하긴 하다.
다섯째, 사이비종교에 세뇌된 광신도들을 보았다. 친박집회에 동원된 많은 사람들은 박근혜가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MBC를 제외한 많은 언론의 보도가 잘못된 거라고 주장한다. 박근혜가 죄가 없다면 왜 스스로 세차례에 걸친 담화를 하면서 송구스럽다고 했을까? 죄가 없다면 검찰과 헌재에 출석하지 않을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선량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파렴치한 자들의 세뇌에 그리 쉽게 넘어갈 정도로 판단능력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들은 심지어 최순실도 누명을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섯째, 진범은 아직 숨어있다. 바로 이명박이다. 이명박은 2007년 박근혜와의 대통령 경선을 통해 이미 박근혜의 배경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박의 능력이나 살아온 이력으로 보면 결코 국가를 감당하기 힘든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을텐데, 오로지 자기가 살기 위해 권력을 넘겼다. 공권력을 동원하여 부정선거를 자행하였다. 이제 이명박을 법정에 세우는 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