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정상 생활이 불가능해진 지가 이제 3개월 쯤 되었다. 학교도 문을 닫고 동영상으로 강의를 하니 계속 방학이 연장되는 느낌이 든다. 누구는 편하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생활의 패턴도 무너지고 뭔가 인생을 허비하는 듯한 기분이다.
코로나의 강한 전염력으로 전 세계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무기를 들고 싸우는 전쟁은 전장이 특정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생활 현장이 곧 전장이다. 전쟁은 전장이 아닌 곳에서는 특수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코로나 전쟁은 전 세계를 불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총선이 끝나고 이제 급한 것은 얼어붙은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총선 당시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 100%에게 재난 기본소득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했는데, 선거가 끝나니 패한 야당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예산을 쥐고 있는 기재부가 100% 지급에 극구 반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100% 지급 시 재정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으며, 나중에 더 큰 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기재부의 주장이다.
예전부터 나는 기재부의 재정건전성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였다. 우리나라는 국가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 언저리로 OECD국 중에서 최고로 재정이 건전한 나라이다.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며, 그걸 유지하기 위해 애쓴 공무원의 노고를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기재부가 이런 비상 상황에서도 40% 목표를 마치 신주단지 모시듯이 하면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야기도 있지만, 나는 기재부가 왜 이 40%규칙에 그리 집착하는지 정말 궁금하기 짝이 없다. 얼마 전에는 기재부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질문한 적도 있지만, 아무 답도 얻지 못하였다.
지금 상황이 어떤가? 아마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가장 큰 불황일 것이다. 전 세계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국제기구들이 전망하고 있다. IMF를 위시한 모든 국제기관이 공격적인 확장적 재정정책을 권고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법에 규정된 상한을 넘어선 엄청난 규모의 돈풀기를 예고하였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우리 기재부는 왜 이리도 세계의 추세와 맞지 않고 국민의 요구와도 부합하지 않는 정책에 집착하고 있는지 정말 딱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지금 사람이 죽을 지경에 놓여 있다. 사람들을 일단 살려야 나중에 생산을 하고, 세금을 걷어서 재정을 확충할 거 아닌가? 농가에 기근이 닥치면 종자라도 먹을 수 밖에 없다. 종자를 보존한들 사람이 없는데 무슨 소용인가? 일단 사람이 살면 종자를 구하는 것은 나중에 생각해도 될 일이다. 언제나 사람이 다른 모든 것에 비해 우선이어야 한다. 기재부가 건전재정의 도그마를 하루 빨리 벗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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