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경제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씁쓸한 경험

Chuisong 2014. 4. 11. 18:10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 일 중의 하나는 자동차 구입이었다. 그래서 급히 운전면허를 취득하고(적성검사를 연기하지 않고 출국하여 면허 취소됨), 중고시장에서 미니밴인 카니발을 구입하였다. 강서 중고차시장이었는데, 자동차를 구입하는 자리에 보험사 직원이 와서 보험을 판매하였고 나는 그 중 가격 면에서 괜찮다고 생각되는 보험에 가입하였다. 

 

  그런데, 보험료를 지불하고 나서 한참 지난 뒤에야 나는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되었다. 1991년에 취업을 하고 자동차를 구입하였을 때 집사람 명의로 차량을 등록하였다. 2000년에 유학을 갈 때까지 그 차는 전혀 사고가 난 적이 없었고(사실 많이 타지 않았다), 우리는 그 차를 거의 공짜로 친지에게 넘겼다. 미국에서 돌아와서 차를 구입하였을 때 나는 이전까지의 운전 경력이 단절되고 새롭게 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실상은 유학 등 해외체류로 보험기록이 단절되더라도 귀국하여 다시 차를 구입할 때 이전에 자동차 소유경력이 있는 사람의 명의로 차를 구입하면 운전경력이 연결되어 보험료는 훨씬 낮아졌던 것이다.   

 

  그 사실이 상식에 속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금융업의 세부적인 사항을 잘 모르는 것이 보통이다. 내가 중고차를 구입할 때 입회한 그 보험판매원은 내게 그런 사실을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 "혹시 이전에 자동차를 소유한 적이 있는지, 있다면 그 때 차 소유는 누구 명의였는지"만 물었더라도 보험료는 훨씬 낮아졌을 것이다. 왜 그 판매원은 그 질문을 하지 않았을까?  내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거나, 그럴 의무가 없다고 생각했거나, 혹은 의무도 아닌 사항을 괜히 알려줘서 낮은 보험료를 수취할 수 있다고 염려했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나는 이런 사실을 보험사 고객센터 직원과 통화하며 밝혔고, 이런 것을 알려줬더라면 좋지 않았겠냐고 말하였다. 그냥 다음부터라도 그런 사안은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일종의 권고였다. 이미 지급한 보험료를 돌려받겠다는 생각은 1%도 없었다. 그런데 그 보험회사의 고객센터에서는 완전히 낯을 바꾸는 응대를 하는 것이었다. 보험을 팔 때의 나긋나긋함은 온 데 간 데 없고, 그런 걸로 전화를 다 하냐는 식이었다. 상대방이 그렇게 나오니 나도 괜히 심술이 나서 "그렇게 나오면 금감원에 소청하겠다"고 하였고, 상대는 할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응수하였다.  

 

  화가 난 나는 전화를 끊고 바로 내 말을 실행에 옮겼다. 금감원 싸이트에 접속하여 상황을 조리있게 작성해서 전송한 뒤 며칠을 기다렸다. 그런데 결과는 나의 패배였다.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럴 의무가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던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소청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 때의 내 상황이 소청의 사유가 되지 않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이 의무이든 아니든 고객의 입장에서 유리한 상황이라면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옳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이 진정 고객을 위하는 길이고, 또한 장기적으로 금융기관을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비록 단기적으로는 보험료 수익이 낮더라도, 이를 통해 신뢰를 얻은 금융기관은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기반을 다질 수 있지 않을까?  금융소비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것도 물론이지만 이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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