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경제

노동소득주도 성장론

Chuisong 2014. 7. 1. 10:28

    자본주의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도저히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 경제학계 일부가 노동소득주도 성장론을 주장하고 있다. 경제성장에서 노동소득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성장론은 자본 및 기술에 근거하여 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현재 그 설명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자본이 아무리 축적되어도 기업은 새로운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 세상을 개벽할만한 기술진보가 아니고서는 기술이 성장을 견인하기에는 그 추동력이 부족하다. 

 

    기업은 지금도 생산에 사용되는 인력에게 지출되는 자금을 비용으로만 인식하고 이를 가급적 최소화하려고 한다. 임금인상은 박하고 노조와의 지겨운 투쟁이 지속되고 있다. 물론 모든 나라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아직도 여기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다. 2015년도 최저임금이 전년에 비해 고작 370원 올랐다니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임금인상은 고사하고 근로여건이 열악한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노동을 하는 사람이 편히 쉬고 먹을 수있는 작업환경 정도는 당연히 보장해 주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노동자에 관련된 모든 지출을 비용으로만 인식하는 데 그 이유가 있다. 물론 회계학에서 이런 지출은 비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노동소득주도 성장론은 아주 간단한 사고의 전환에서 출발한다. 우선, 효율성 임금이론을 모르더라도, 노동자에게 잘 대해주는 것이 기업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까를 생각해 보자.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대우를 잘 받을 경우 거기에 합당한 보답을 하려고 한다.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사장에게 열심히 일하여 보답하려는 생각을 가진 노동자가 그리 드물까. 둘째, 케인즈의 유효수요이론까지 가지 않더라도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소비의 주요한 재원이다. 가진 것이 노동력밖에 없는 노동자에게는 거의 전부의 재원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에게 임금을 박하게 주면 그것은 부메랑이 되어 기업에게 돌아온다. 왜 생산된 물품이 팔리지 않을까? 노동자는 쓸 돈이 없고, 부자들은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그 돈을 다 물품구매에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자는 노동자에 비해 숫자도 턱없이 적다. 말 그대로 1대 99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생산에 소요된 자원(자본, 노동, 토지 등)이 그 한계생산력 만큼 배분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자본이 받는 엄청난 소득을 자본의 한계생산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합리화한다. 경영자가 받는 엄청난 연봉, 자본가가 받는 엄청난 배당은 그들의 한계생산력이 크기 때문인가? 같은 일을 하고도 엄청난 차별대우를 받는 비정규직의 한계생산력은 정규직과 과연 다른가? 

 

   재분배를 논하기 전에 분배를 먼저 말하여야 한다. 불평등의 완화가 곧 성장의 동력이라는 최근 한국은행 총재의 말도 동일한 맥락이다. 분배를 정의롭게 하는 것, 즉, 노동의 몫을 정당하게 지급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성장의 추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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