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거리는 기억에 의하면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샌드위치를 먹은 것 같다. 급식으로 큰 식빵(덩어리) 을 주곤 하던 그 당시에, 슬라이스형 식빵 사이에 검붉은 딸기쨈이 든 샌드위치는 시골 초등학생의 눈에는 굉장히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보였다. 실은 그것이 서양의 패스트푸드의 일종이라는 것을 안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그 후 꽤 오랜 세월 샌드위치를 먹었다. 형태도 다양했다. 아침 출근길에 포장마차에서 허겁지겁 먹은 달걀후라이 샌드위치, 강의때문에 식사시간을 놓치고 편의점 진열대에서 먹은 차디찬 샌드위치, 공항 제과점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먹은 샌드위치.... 그 중 가장 생각나는 샌드위치는 유학시절에 먹은 샌드위치다. 주로 점심으로 먹은 샌드위치는 집사람이 직접 만든 것이었다. 큰 식빵 사이에 얇게 저민 햄이나 터어키(타조) 고기를 넣고 토마토와 치커리 등 야채를 썰어서 받친 두툼한 샌드위치. 밥 도시락이 여의치 않거나 물릴 때는 거의 이 샌드위치를 먹었다.
이렇게 많은 샌드위치를 먹었지만 내가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한 계기로 집사람에게 샌드위치 만드는 법을 배우고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게 되었다. 그 이후 휴일이나 집사람이 피곤해 할 때 내가 미숙하게나마 직접 만들어 아침상에 올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음식(라면 등 제외)이 되었다. 무려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내 손으로 직접 음식을 만들다니...^^
지난 주말, 갑자기 먹은 음식이 잘 소화가 되지 않았는지 집사람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은 내가 아침을 준비해야지' 하고 잠을 청했다. 주말에는 보통 8시에 알람을 맞춰 놓는다. 그런데 아침에 7시 30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알람이 울었다 (스마트폰에 여러 개의 알람을 설정해 놓은 탓이다). 일어나니 막 8시가 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부엌에 가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삶은 달걀 2개를 가지고 만든 샌드위치 속이다. 달걀을 까서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한다. 흰자를 도마 위에서 잘께 다진다 (나는 이 부분에서 아직 시간을 너무 많이 쓴다는 평가를 듣는다. 너무 잘게 다지려다 보니 그렇다). 그 다음 양파 한 조각 정도를 역시 잘게 다진다. 이렇게 다진 계란 흰자와 양파, 그리고 적정량의 마요네즈를 그릇에 넣은 다음 계란 노른자와 같이 비빈다. 간단하게 샌드위치 속이 완성되었다.
식빵을 펴서 그 위에 바질을 얇게 바른다. 바질을 바르지 않을 경우 샌드위치의 맛이 약간 맹맹해진다.
그 다음 샌드위치 속을 바질 위에 펼쳐 바른다. 이때 두께가 고르게 될 수 있도록 한다. 그 다음 식빵을 올리고 눌러서 샌드위치 속을 잘 고정시킨 다음 칼(톱니 형 칼이 좋다)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모양에 신경을 쓸 정도는 안 되어 요 정도로 끝^^. 그리고 같이 먹을 과일로 단감을 하나 깎아서 쟁반에 놓았다.
보기보다는 맛이 좋다는 사실....ㅎㅎ 부드럽고 잘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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