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경제

은행 이익의 감소와 인력구조조정

Chuisong 2014. 11. 28. 11:42

       신문을 읽다 보면 기자가 타성에 젖어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기사를 작성하는 듯한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오늘도 모 일간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보았다. "... 은행의 이익이 줄어 인력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기사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이미 상식에 속하는 일이라 더 설명이 필요 없다는 뉘앙스다. 그런데 이 기사를 읽으면서 이전부터 계속 머리를 맴돌던 질문이 떠 올랐다. 

 

       첫째, 은행(혹은 일반 기업)의 이익은 매년 증가해야 하는가? 이익이 다소(혹은 크게) 줄더라도 손실이 아닌 한 무슨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면 이익이 감소하는 것이 당연하다. 어쨌든 이익이 조금이라도 발생했다는 것은 비용을 초과하는 수익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은행의 이익이 계속 증가해야 하는 이유를 상식적으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은행이 그 이익을 가지고 설비투자를 하는 것도 아니고, 비상한 연구개발 투자를 하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당기순이익이 이익잉여금으로서 장래 손실의 완충작용을 하기 때문에 이익을 많이 내야 한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장래의 불확실한 손실이 두려워 현재 확실한 충격을 가져올 인력 감원으로 이익을 확충한다는 것은 끔찍한 생각이다. 이익의 지속적인 증가를 요구하는 것은, 단지 주주들이 더 많은 배당금을 원하고, 은행이 주가 하락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이 부분에서 나는 윤리적투자에 대해 생각한다. 투자자들이 무조건 이익을 많이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할 것이 아니라 그 이익이 창출되는 과정을 보고 투자하라는 개념이다. 물론 당장의 자본이득에 혈안이 된 투자자들이 이 말을 유념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겠지만.)  아니면, 단지 '누가 이익을 더 많이 창출하는가' 하는 은행 간의 자존심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둘째, 이익이 줄면 왜 당연하다는 듯 인력 구조조정을 생각하는가? 이익이 줄기는 했지만 어쨌든 발생했다는 것은 인건비를 지급하고도 남는 장사를 했다는 말이 된다. 당기순이익은 인건비를 비용으로 처리하고도 남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직원들이 직장을 떠나야 되며, 신문은 별 달리 궁금해 하지도 않은 채 당연하다는 듯 이런 말을 함부로 내뱉을까.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한,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장 은행이 망하는 것은 아니다. 손실의 규모가 완전히 자본을 잠식할 정도이거나, 그로 인해 은행의 자본이 감독당국이 규정하는 최소 자기자본비율을 하회할 경우에는 말이 다르지만. 인력 감원은 은행이 주주의 지치지 않는 탐욕을 채우기 위해 조직에 평생을 바친 자기의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다.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마도 주주의 요구가 계속되는 한 은행은 순이익을 최소한 전년보다 같게 유지해야 한다는 굴레를 뒤집어 쓰고 끝없는 질주를 하여야 할 것이다. 잠시 멈추고 몸을 쉬는 여유는 생각하기 어렵다. (최근 4년간 시중은행이 벌어들인 순이익의 약 16%를 주주에게 배당으로 지급했고, 이 배당의 3분의 2가 외국인 주주에게 지급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시중은행의 평균 외국인지분율이 60%를 넘는 상황이니 배당금도 역시 그 비중 만큼 외국인에게 돌아간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외국인 주주가 많을수록 배당에 대한 요구도 높아진다는 데 있다.)

 

     좀 쉬어가자. 누구를 위한 이익 증대의 행진인가. 얼마 되지 않는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웃는 여유를 버리는 것이 올바른 삻은 아니지 않은가.

'금융과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자리 대책, 이제 정치권이 나서야  (0) 2015.03.16
국책은행의 역할  (0) 2015.03.02
21세기 자본론과 경제학  (0) 2014.11.01
은행권 총파업을 보며  (0) 2014.09.06
노동소득주도 성장론  (0) 2014.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