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길냥이 밥주기

Chuisong 2016. 7. 23. 11:15


 

   7월 초순, 주말 저녁 7 시 무렵에 자연대 옆 도로를 지나다 길냥이 한 마리를 보았다.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 길에 차를 세우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도망갈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가까이 접근해도 그냥 앉아 있었다. 한눈에도 매우 여위어 보였다(아래 사진은 실물보다 훨씬 통통하게 나옴). 아쉽게도 나는 사료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귀가해서 집사람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큰 봉지에 사료를 듬뿍 담아주었다.  

 

 

   

   일요일인 다음날에 같은 방향으로 차를 타고 가다 그 녀석을 보았다.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사료를 들고 다가갔다.  인도 가장자리 깨끗한 곳을 골라 먹이를 주었더니 녀석이 쪼르르 달려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여윈 얼굴과 가는 몸통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 동안 제대로 먹지 못했음이 분명했다. 한번에 너무 많이 먹는 것이 은근히 걱정이 되었지만, 한번 더 사료를 주고 자리를 떴다. 그 다음날에도 같은 곳에서 그 녀석을 만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 녀석보다 약간 더 큰 고양이 한마리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앉아 있었다. 새 길냥이는 옅은 갈색과 흰색이 섞인 고양이였다.

 

 

     마침 나무 밑에 플라스틱 통이 두 개 있어서 각각에다가 사료를 담았다. 작은 녀석은 자기 통을 놔두고 갈색 고양이의 사료통에 머리를 드밀고 사료를 먹었다. 다행히 갈색은 순했다. 작은 녀석의 허기는 어제보다는 많이 진정된 것 같았다. 자기 통의 사료를 다 먹지 않고 쉬는 자세를 취했다. 그루밍을 하는데 자세히 보니 오른쪽 뒷다리가 약간 불편해 보였다. 

 

     그 후 며칠 동안은 녀석들이 보이지 않았다. 비도 내려서 녀석들이 더 궁금하였다. 그런데 그 다음날 동료와 저녁식사를 같이하고 산책을 하러 가다 녀석들을 만났다. 용기통에 고인 빗물을 버리고 사료를 넣어 주었다.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잘 먹었다. 어제 이 녀석들이 이 시간에 나를 기다렸을까 궁금했다. 

 

  주말과 월요일에는 학교에 가지 않았고, 화요일(19일)에 학교에 갔지만 돌아오는 길에 녀석들은 없었다. 수요일(20일)에 학교에 가서 6시 50분 경에 연구실을 나왔다. 자연대 길을 들어서서 예의 오른쪽 인도를 살펴보았지만 녀석들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반대쪽을 보니 녀석들이 거기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료봉지를 들고 걸어 내려왔다. 나를 보고 쪼르르 달려온 녀석들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 이번에는 갈색 고양이가 허겁지겁 먹었고, 작은 녀석은 자기 분량을 많이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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