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러므로 동물은 인간에 의해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의 삶을 살며, 단지 인간은 약한 사람을 돕듯이 그들에게 약간의 도움을 줄 뿐이다. 동물 유기는 인간세계에서 가진 자들이 빈자들을 자기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현 세태와 연결되어 있다. 노동자를 기계의 부속처럼 여겨 저임금으로 부리다가 너무나 쉽게 해고하는 기업가들의 행태와 흡사하다.
얼마 전 대만의 한 수의사가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물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그 여성은 수의사라면 피하기 힘든 유기동물 안락사 작업이 힘들었다. 긴 망설임 끝에 결국 눈물을 흘리며 생명을 떠나 보내는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깊은 병을 앓았다. 결국 유기동물 안락사에 사용하는 주사약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그 수의사는 유서에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1. Indie film '고양이 춤'을 우연히 보았다. 낮은 각도에서 길고양이의 삶을 조망한 영화다. 도심의 슬레이트 지붕위를 거처로 삼은 고양이, 폭우를 피해 혼신의 힘을 다해 벽을 오르는 어린 고양이, 새들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고양이, 그 고양이를 하염없이 핥는 어미 고양이...... 참으로 많은 길고양이가 등장한다. 주인공이 나레이션으로 길고양이의 삶과 감정을 알려주는 이 영화의 막바지에 야생 길고양이 '바람이'가 나온다. 먹이를 찾아 헤매는 녀석에게 3개월 이상이나 부지런히 사료를 주었건만 흘낏 얼굴만 잠시 보여주고는 바람처럼 사라진다고 해서 '바람이'란 이름을 붙였다. 어느날 바람이가 주인이 사는 집 현관에 죽은 새의 시신을 물어다 놓았다. 그 뒤에도 또 한번 바람이는 죽은 새를 물어다 놓았다. 그리고 나중에야 새 한마리를 실신시킨 상태에서 현관 앞에 가져다 놓았다. 바람이는 자기에게 무작정 먹이를 주는 사람이 고마웠던 것이다. 성격상 애교를 피우지는 못하고 감사의 표시로 새를 선물하였다. 고마움을 받으면 갚으려고 하는 마음. 고양이도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한 동안 소식이 없던 바람이는 몸에 기생충이 감염되어 시야가 좁아지고 귀도 들리지 않는 상태로 발견된다. 병원에서는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다행히 선의로운 누군가가 바람이의 마지막을 지켜주기로 하였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바람이가 이별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영상에는 바람이를 깨끗하게 수습한 장면이 등장하였다. 아무 것도 소유하지 못한 채 수의 한장을 입고 세상과 이별하는 모습. 인간과 고양이가 다르지 않았다.
#2. SNS 스토리 펀딩에서 읽은 이야기. 어릴 때 목에 목줄이 달린 채로 유기된 고양이가 있었다. 몸이 크면서 목줄은 목을 압박했고 급기야 목살을 뚫고 식도 근처까지 침범했다. 목에서는 항상 피가 흘렀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커서 새끼를 낳고 주택가 쓰레기장 밑의 하수관 속에 자리를 잡고 살았다. 쓰레기장에서 먹을 것을 얻고 더러운 물을 마시면서 하수관에서 새끼를 키운 것이다. 피흐르는 목이 고통스러웠지만 아직 홀로서기를 하지 못하는 새끼를 차마 버리지 못했다. 주변 사람의 신고로 119 구조대가 도착하였을 때 고양이는 하수관 구석으로 급히 도망쳐 새끼를 보호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가까스로 접근한 구조대에게 어미는 예상 외로 순순히 잡히고 말았다. 사람에게 버림받은 경험이 마음에 상처로 남았을텐데 아픈 몸으로 새끼를 보호하면서 사는 것이 그 만큼 힘들었던 탓일 거다. 이 땅의 수많은 어머니가 그렇게 자식을 키운다. 고양이도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3. TV 동물농장에서 주인을 구한 고양이의 사연을 접했다. 주인은 유기된 고양이들에게 부지런히 밥을 주었다. 대부분의 고양이가 밥만 먹고 자리를 떠나는데, 그 고양이는 유독 주인 주위에서 맴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고양이는 대퇴부가 부러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주인은 황급히 그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가서 수술을 받게 하였고, 그 이후 극진히 간호하였다. 고양이가 몸을 회복한 다음 주인은 고양이를 자기집 식구로 생각하면서 키웠다. 어느날 주인은 술을 마시고 밤늦게 귀가하여 잠에 곯아 떨어졌다. 잠결에 고양이 우는 소리가 자꾸 들려 문을 여니 불이 나서 집의 절반을 태우고 번지는 중이었다. 유독가스도 발생해서 목이 따가왔다. 급히 집을 나서 보니 고양이가 문 앞에서 온 힘을 다해 울고 있었다. 고양이는 가슴골이 작아 심장과 폐가 생각보다 작으며, 공기의 변화를 잘 느낄 수 있는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불이 난 사실을 사람보다 훨씬 일찍 알 수 있는 고양이가 본능에 의해 행동했다면 도망갔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고양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고양이는 자기에게 먹이를 주고, 다친 다리를 정성들여 치료해 준 주인이 고마웠던 것이다. 고양이도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