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

노인과 오리

Chuisong 2013. 12. 10. 15:01

 

 

  2013년 10월 15일, 영국 코츠월드(Cotswold)를 관광하였다. 코츠월드는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약 1시간 가량 떨어져 있는, 특정한 시나 군이 아니라 여러 마을이 산재해 있는 지역(district)을 말한다. 인클로우져(Enclosure) 시기에 양을 키워 돈을 번 목축업자들이 주택을 짓고 살던 곳으로, 지금은 오래된 주택이 개보수된 상태로 있다. 경관이 매우 아름답고 조용한 탓에 은퇴한 노인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아서 오래된 주택이지만 가격이 매우 비싸다고 한다. 그리고 사는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경우가 별로 없어 주택을 구입하고 싶어도 사기가 매우 힘들다고 한다. 한 마디로 돈 많은 은퇴자들이 사는 동네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마을은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데, 이 사진은 그 중 하나인 버튼온더워터(Bourton-on-the-Water)에서 찍은 것이다. 

 

  자그마하고 아름다운 마을 중심으로 얕고 맑은 냇물이 흐르는데, 이 물에는 오리와 갈매기가 많이 보였다. 오리는 물에서 한가롭게 헤엄을 치고, 갈매기 역시 여기저기 있다가 한무리가 되어 날아오르곤 하였는데 햇살에 반사된 날개가 은빛으로 빛났다.  사람들이 빵이나 비스킷 조각을 주면 오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는데, 우리도 근처 빵집에서 비스킷을 사서 반쯤은 오리에게 주었다. 

 

  사람을 피하는 한국의 야생오리와 달리 여기 대부분의 오리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았지만 특히 이 오리는 아주 끈질긴 성격을 지닌 것 같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오리에게 '난 더 이상 줄 것이 없는데'하는 것 같은데, 이 오리는 여전히 의심을 풀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옆에 있는 오리는 무임승차를 하려는 오리로 생각된다. 

 

  아래 사진에 날아가는 갈매기가 마치 합성된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