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

철학자의 길, Heidelberg

Chuisong 2013. 11. 27. 19:46

 

  2013년 10월 12일, 유럽여행 중 Heidelberg에 들렀다. 내가 재직 중인 학교는 규모가 매우 커 캠퍼스 한편에 거의 4km에 달하는 자연산책로가 있다. 사색의 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그 산책로는 하이델베르크 대학, 교토대학 등에 있는 비슷한 길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도시로 유명한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하였을 때 가장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 길이었다. 

  해가 넘어갈 무렵 도착한 이곳은 생각보다 좁고 가팔랐으며, 양쪽은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길은 돌로 덮여있고 길옆 담도 돌담이다. 길에도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군데군데 이끼가 낀 모습이 보이지만 돌담에 끼인 이끼는 매우 짙다. 길은 매우 길게 이어졌으며, 직선인 곳보다 꼬불꼬불한 곳이 많고 사방이 거의 막힌 상태라 좀 답답하였다.

 

  학자들은 이 길을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공부를 한다지만 내공이 깊지 않고, 더구나 이방인인 나로서는 '이 길을 가다가 불량배를 만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시간 및 체력부족으로 다 둘러보지는 못하고 적당한 곳에서 발길을 돌렸다. 길을 오를 때는 나와 아내 두 사람 밖에 없었는데, 내려오는 중간에 아래에서 인기척이 나서 순간 약간 긴장하였다. 나중에 보니 젋은 남녀가 운동을 하는 중이었다. 운동선수같은 옷차림으로 거의 뛰다시피 사색의 길을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칸트같은 옛날의 철학자들도 저랬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아래 사진 위쪽에, 강 건너 편에 있는 하이델베르크 성의 정원 일부가 보인다. 정원 안에는 말년에 하이델베르크를 방문하였다가 유부녀와 바람이 났다는 괴테의 흉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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