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부활절에

Chuisong 2015. 4. 5. 23:06

    부활절 미사를 다녀 와서 이태석 신부님을 생각하다.

 

" (전략)  나병 환자들은 뜨거운 것, 아픈 것을 느끼지 못하는 감각 신경의 마비를 보완이라도 하듯 보통 사람보다 수십 배나 민감한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그마한 것에도 기뻐하고 감사할 줄 아는, 그 감사를 기어코 그 무언가로 표현하고 싶어 하는 영혼의 소유자들입니다.

 

   우리들은 어떤가요? 육체적으로는 완전한 감각을 지니고 있지만,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받고 그것들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그것들이 내 것인 양 당연히 여길 뿐 전혀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지 못합니다. 우리들의 이런 무딘 마음은 혹시 정신적으로 나병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이런 정신적, 영적인 나병입니다. 영적인 나병은 우리가 어떤 것을 사랑으로 느껴야 하는데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가난하고 아픈 사람을 보면 동정심을 가지고 도와줘야 하는데 그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으면 그것은 영적인 나병 상태입니다. 우리는 공권력에 부당히 억압받는 사람들을 보면 유감을 느끼고 저항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 그것 또한 영적 나병에 걸린 것입니다. 즉 양심이 무뎌진 상태가 영적 나병에 걸린 상태입니다. 더 이상 이웃의 아픔을 보고도 찔리는 게 없는 상태 말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모두는 나병 환자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는 꼭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럴 경우에 약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백약이 무효이지요. 그러면 어떻게 치료를 받아야 할까요? 우리가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첫째, 우리가 아픈 상태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그 다음 단계로 우리는 "예수님, 원하시면 저를 치료해 주십시오." 이렇게 간청하면서 구해야 합니다.  (중략)   이웃의 아픔을 보았을 때 동정심이 흘러나오면서, 함께 아파하고 고통을 나눌 수 있으면 우리의 영적 나병은 치유된 것입니다.  (후략)"

 

 ** 2006년 2얼 12일 연중 제6주일 미사 강론문 중. 『당신의 이름은 사랑』(이태석 저, 다른우리)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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