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운수 좋은 날

Chuisong 2015. 5. 13. 18:24

   5월 어버이날을 맞아 지난 목요일(7일) 울산에 사시는 어머니와 장모님을 경산 집으로 모셨다. 경산터미널에 내린 두분을 태우고 11시 50분 경에 예약해 둔 일식집으로 향했다. 범어동 두산위브 단지 내 상가에 위치한 '내안에'라는 식당이었다. 두산위브는 대구에서는 가장 고급에 속하는 아파트인데 지나치면서 보기는 했지만 직접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네비에도 이름이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식당에 전화를 해서 입구 위치를 확인했다. 그래도 한번의 실수가 있었다. 지하주차장 입구를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관리인이 여기는 주거용 주차장이니 돌아서 나가라는 것이었다. 나갈 때 상가용 주차장 입구의 위치를 그 분에게 다시 확인했고, 나는 어느 정도 확신을 하며 차를 몰았다. 알려준 대로 조금 가니 상가용 주차장이라는 표지가 보였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들어섰다. 

 

   입구는 약간 넓었는데 약간 내려가니 매우 꼬불거리는 통로가 시작되었다. 거의 차가 서 있는 상태로 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야 이거 고동처럼 꼬불거리네'하며 차를 몰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통로 벽면의 화살표가 아래쪽으로 향하지 않고 위쪽으로 향해 있었다. 왕복 통로인가? 정도로 생각을 하면서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길은 차가 왕복할 정도의 넓이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얼마를 더 내려갔을까. 주차관리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맙소사, 우리가 내려온 길은 입구통로가 아니라 출구통로였다. 우리가 다가갈 때까지 관리인은 우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신문을 보고 있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출구를 통해 들어오는 차가 있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창문을 열고 관리인을 불렀다.  

 

  "아이고, 왜 이러십니까?" 하며 관리인이 화들짝 놀랐다. 초행이라 출입구를 잘못 알았다고 해명하면서 차단기를 좀 열어달라고 겸연쩍게 부탁하였다. 관리인은 우리가 매우 이상했겠지만 차단기를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 재빨리 차단기를 통과하고 우리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 긴 통로를 내려오다가 만약 나가는 차를 만났다면 우리는 엄청난 비난을 받으면서 후진을 해야 했을 것이다. 앞으로 진행하기도 힘들 정도의 꼬불한 길에서, 더구나 뒤가 높은 길을 계속 후진해 간다는 것이 과연 가능했을까? 생각만 해도 등에 식은 땀이 났다. 

 

  "그래도 오늘이 운수가 좋은 날인가 보다" 하고 어머님들이 웃으셨다. 집사람과 나도 실없이 웃었다. 그래, 오늘 참 운수좋은 날이네. 밥을 먹고 주차장을 떠나면서 그 아저씨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당연히 들어올 때 비정상적으로 들어오다 보니 주차증이 있을 리 만무하였다. 일식집 영수증을 보여 주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머리를 조아렸다. 아저씨도 허탈하다는 듯이 차단기를 올려 주었다. 출구를 빠져 나오면서 다시 표지를 확인하였다. '진입금지'라는 큰 팻말과 함께, '출차 전용'이라는 문구가 뚜렷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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