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68

투명한 사회

언젠가 스웨덴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그 사회의 투명함이 무척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들은 정치지도자의 스케쥴과 자금 사용 내역은 물론,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과 심지어 사기업의 의사결정 내역까지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었다. 정부가 자발적인 정보공개를 꺼리고, 공개 청구를 받더라도 이런저런 핑계로 넘어가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우리 사회를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1 지금 우리는 메르스(MERS)로 한 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초기에 적절히 대응했더라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일이 무능력한 대응으로 재앙이 되고 말았는데, 그 부적절한 대응의 핵심이 바로 정보공개 여부였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시 스웨덴의 투명성이 떠올랐고, 우리 정부와 (대형)병원의 행태에 낙담하였다. 처음에 정부는 정보..

사는 이야기 2015.06.09

죽음, 그 후

매일 우리는 다양한 죽음을 목격한다. 대개의 경우 그 죽음 앞에 우리는 경건하다. 악랄한 연쇄살인마가 사형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그 죽음을 후련하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과도한 경건함 탓일까, 우리 사회에서 죽음은 그다지 흔한 대화의 소재가 아니다.1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생명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 이 명확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죽음 이야기만 나오면 외면하고 싶은 것은 그 만큼 삶에 대한 소망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육체를 움직이는 뇌의 지시는 단지 물질의 힘인가?', '육신이 소멸하면 우리의 의식도 소멸하는가?', '육신의 소멸은 모든 것의 끝일까?'…… 작년 4월의 대참사 이후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다. 너무 안타깝고 허망한 죽음을 눈 앞에 지켜보면서도 손쓸 ..

사는 이야기 2015.05.07

세월호 1주년

세월호는 '눈물'이다. 사고가 난 지 벌써 1년, 그 동안 참 많은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이 흘린 눈물만으로도 큰 강이 하나 정도 생겼을 법 하다. 강물이 흐르면 지형이 변하는데, 강물같은 눈물이 1년을 흘렀지만 변한 것은 거의 없다. 며칠 전 삭발하는 유족들의 눈에서도 어김없이 눈물이 흘렀다. 만감이 교차하였을 것이다. 모든 일을 팽개친 채 1년 동안, 온갖 수모를 견디며 진상규명을 외쳤지만 상황은 변한 것이 없으니... 아직도 진도 앞바다에는 9명의 시신이 방치된 채 있다. 삭발한 유족들이 자식들의 영정사진을 든 채 흘리는 눈물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허하게 젖어든다. 대통령도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그 이후의 행동이 그 때 흘린 눈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1주기엔 어떤 모습을 ..

사는 이야기 2015.04.16

내 나이 대에는 어릴 때 사진이 없거나 귀한 사람들이 종종 있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인데 나 역시 돌 사진을 포함하여 어린 시절 사진이 거의 없다. 초등학교 입학 직전인 7살 무렵, 셋방살이 여러 가구가 모여 살던 한옥집 장독대에서 고무신을 신고 쑥쓰러운 듯 웃고 있는 흑백사진이 나의 첫 사진이다. 마치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의 어린 아이처럼, 그 사진 속의 나는 불쑥 나온 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 보통 사람의 식탁은 밥이 중심이었다. 요즘 것과는 크기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밥 그릇에, 마치 아이스크림콘처럼 채워진 그 많은 밥을 어떻게 다 먹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집 역시 예외가 아니었는데, 많은 밥에 길들여진 나는 밥상을 차릴 적마다 '밥..

사는 이야기 2015.03.20